롱테일을 타깃으로, 가정간편식(HMR)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
물류작업부터 컨설팅까지, 소호(SOHO)의 성장 이끄는 동반자
글. 임예리 기자
최근 한 경제지가 50대 창업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전문성과 위기관리 능력, 노하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업하기 때문에 대개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작년 11월 설립된 아워박스(OurBox) 박철수 대표의 이야기다.
박철수 대표는 피자헛, OB맥주 등 다수의 F&B(Food & Beverage)업체에서 일해 온 베테랑이다. 회사에서는 주로 구매, 물류, SCM 업무를 담당했다. 이련 이력 때문일까. 그가 회사를 벗어나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아이템은 자연히 식음료 쪽으로 좁혀졌다.
▲ 아워박스 박철수 대표
2015년, 그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가정간편식(HMR)을 판매하는 ㈜엠디에스마케팅을 인수했다. 엠디에스마케팅은 ‘샐러드미인’과 ‘Che M’이라는 브랜드를 10년 이상 운영해 온 업체였다.
엠디에스마케팅에 합류한 뒤 박 대표가 가정 먼저 한 일은 상품 카테고리를 넓히는 것이었다. 그는 “이커머스의 본질은 롱테일(Long-tail)에 있다”고 말한다. 여러 제약이 따르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비록 개당 판매수익은 적더라도, 훨씬 더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 판매할 수 있다. 20%의 히트 상품보다 80%의 평범한 상품의 판매에서 얻는 수익이 더 많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생각에 입각해 회사의 취급 품목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엠디에스마케팅과 함께한 지 2년 정도 지난 2016년 말, 박 대표는 콜드체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워박스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아워박스의 아이디어는 엠디에스마케팅이 취급 품목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박 대표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자본이 부족해 적당한 생산기지나 물류창고를 확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품 판매는 하고 있지만 유통량이 적어 창고와 계약을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았다. 2016년 중반, 박 대표는 이러한 이들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아워박스를 법인화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엠디에스마케팅 서비스사업부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다 아워박스의 서비스가 매달 20%씩 빠르게 성장했고, 마침내 올 6월 법인이 분리돼 아워박스라는 주식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시장진입을 가능케 하는 풀필먼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업체에는 아마존(Amazon)이 있다. 아마존은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를 출시해, 셀러(Seller)에게 온라인 판매 이후부터 고객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시점까지의 전 물류 업무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아워박스의 비즈니스 모델도 이와 비슷하다. 아워박스는 온라인 셀러 가운데서도 냉동·냉장 식품을 판매하는 이들을 타겟팅(Targeting)했다. 박 대표는 아워박스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제껏 시장 진임을 엄두에 두지 못 했던 업체의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커머스 식품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7년 7,000억 원 정도였던 이커머스 식품 시장의 규모는 작년 7조 원을 돌파했다. 그중에서도 가정간편식 부문의 성장이 눈에 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해당 분야) 생산자들의 나이대를 보면, 20대가 27%, 30대 40%로 20~30대의 시장 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들 모두가 자본을 축적해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아워박스의 고객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 역시 30대다. 이들은 온라인몰과 SNS를 판매 채널 삼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대다수가 처음부터 많은 상품을 팔지는 못 한다.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물류업체와 계약을 맺고 물류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하루 몇십 건에 그치는 판매량으로는 기존 물류업체와 거래를 맺기 힘들다. 고작 2~3평을 차지하는 물량을 받아주는 물류업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물류업체와 계약을 맺어도, 물류업체는 셀러가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주진 않는다. 창고를 예로 들어보자. 셀러가 창고업체에 보관 의뢰를 하면, 업체는 물건이 입고될 때 검수를 한 뒤 창고에 상품을 보관한다. 그리고 배송 주문(Delivery Order)이 들어오면 상품을 출고한다. 이게 전부다. 나머지 일은 온전히 셀러의 몫이다.
사실 시장에 막 진입한 셀러라면 상품을 제조하는 것부터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까지 모두 직접 수행할 수도 있다. 주문수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 규모가 커지고 주문수가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문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바로 그만큼의 공간과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호몰이나 소규모 업체의 살림살이가 그 정도로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늘어난 주문량에 따른 물류업무를 직접 처리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아워박스는 그러한 고객의 물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다. 셀러가 보낸 상품이 아워박스 물류센터에 도착하는 순간 아워박스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시작된다. 아워박스는 상품을 보관해두었다가 주문에 따라 상품을 분류, 피킹(Picking), 패킹(Packing)하고 라벨링(Labelling) 작업을 진행한 뒤 최종 검수하여 일반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배송회사 관리 역시 아워박스가 담당한다.
▲ 아워박스의 풀필먼트 서비스. 보관 서비스를 주로 제공했던 전통 물류업체와 달리, 아워박스는 제품 입고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아워박스 서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반송업무다. 아워박스는 반송 상품의 입출고 관리를 하고 이를 시스템에 연동시켜 고객에게 일관된 서비스로 제공한다. 박 대표는 “아워박스는 냉동·냉장 상품 유통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보유하지 못한 소호(SOHO)나 소규모 업체에 물류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아워박스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단순히 비용이나 편의성을 도모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의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Enabling)’ 서비스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기존에도 보관과 포장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창고 업체는 있었다. 그러나 박 대표에 따르면, 이들은 대개 출고 물량이 하루 최소 몇천 건에서 몇만 건은 돼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서비스도 보관 중심에 머무른다.
아워박스를 이용하는 셀러는 직접 물류를 수행할 때보다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아워박스가 여러 고객의 물량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달에 2,000건 정도의 가정간편식을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정간편식은 배송에 스티로폼박스와 아이스팩 포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2,000건의 물량을 처리하려면 물류창고와 관련 장비, 그리고 물류 작업에 필요한 최소 2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셀러가 자체적으로 이 모든 것을 준비하기에는 부담스럽다.
박 대표는 “창고렌탈, 설비, 인력, 포장재, 배송에 드는 비용을 고려할 때, 아워박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셀러가 직접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것보다 약 30%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비용 외에도 직원 관리에 드는 부가적인 부담 역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점을 무기 삼아 아워박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11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처리 물량이 한 달에 1만 5,000건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매월 20%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 6월에는 4만 1,000건의 물량을 처리하는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져 올해 말에는 월 10만 건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 같은 풀필먼트가 아니다
식품 분야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업체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필요한 인프라를 이미 구축한 전통 물류업체가 아워박스와 같은 서비스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워박스는 자신 있는 모습이다. 박 대표는 이커머스와 식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아워박스가 타깃으로 삼는 고객은 대기업이나 전통 물류업체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기업과 전통 물류업체는 대부분 월 최소 몇만 건 이상의 대규모 물량을 처리하길 원한다. 즉 그들의 주요 타깃은 이커머스 업체가 아니다. 이커머스 물류의 경우, 수요예측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다품종 소량 생산된 제품을 다뤄야하기 때문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수익은 적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뿐만 아니라 식품을 다루는 전문적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콜드체인 관리와 같은 까다로운 작업도 필요하다”며 “식품 안전에 대한 개념이나 식품과 관련한 경험 및 노하우 없이 그저 수지타산만을 따지고 시장 진입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셀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아워박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중소 규모의 생산자가 상품을 물류센터로 보낼 때는 보통 용차나 지입차를 이용한다. 자차를 운영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간 용차를 빌려 쓸 때는 수송 중간 과정에서 온도 관리를 비롯한 상품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아워박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부터 자체 셔틀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워박스가 냉동·냉장 설비를 갖추고 있는 차량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물건을 직접 받는 것이다. 해당 서비스가 시행되면 고객은 수송 과정에서 상품의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된다. 아워박스의 설명에 따르면, 고객은 아워박스에 상품을 인계한 순간부터 물류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아워박스는 셔틀 차량을 운영할 때 아워박스 전용 케이스를 활용할 예정이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케이스는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은 아워박스 센터까지 상품을 옮길 때 케이스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아워박스 전용 케이스는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2019년, 풀필먼트센터 구축
현재 아워박스는 발안과 안성 물류센터를 임대해 풀필먼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발안센터는 한 해 80만 상자를, 올해 7월 오픈한 안성센터는 180만 상자를 처리할 수 있다. 아워박스는 업체가 성장함에 따라 이에 발맞춰 내년 중에 동탄과 서울에도 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구축되는 센터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듯, 아워박스는 셀러와 소비자의 지리적 위치를 모두 고려하는 모습이다. 아워박스의 고객사 대부분이 수도권이 위치해 있고 배송 지역의 70%가량도 수도권인 상황에서, 다소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더라도 물류센터가 서울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었다. 박 대표는 “가정간편식을 취급하는 업체 가운데는 새벽배송 등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은데, 서울에 센터를 구축함으로써 그들이 당일배송이나 4시간 내 배송 등을 통해 더욱 신선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아워박스는 2019년 오송에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한다. 아워박스는 세중그룹의 바이오 물류솔루션 사업 부문 CXL바이오와 공동투자를 통해 1만㎡ 규모의 저온 풀필먼트 전용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아워박스는 바이오 물류 연구센터와 함께 라스트마일 영역에서의 식품안전성 확보를 위한 항온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아워박스는 택바사와 제휴를 통해 라스트마일 배송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항온·항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포장 방법을 찾기 위해 바이오 연구센터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비스 고도화는 계속된다
론칭 초, 아워박스는 엠디에스마케팅이라는 업체에 소속돼 있었기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박 대는 특히 오랫동안 F&B업계에 종사하며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워박스는 엠디에스마케팅이 셀러의 상품을 직매입해 마켓 테스트를 진행하여 시장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고객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법인 분리가 된 만큼, 아워박스는 자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전산시스템 안정화다. 아워박스는 자체 시스템 개발과 시중 시스템 사용 가운데서 고민하다가 단기적으로는 시중 시스템을 사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결정의 일환으로 현재 WMS 안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작업은 오는 9월 중에 완료될 예정이다.
아워박스는 시스템 안정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스템 개방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아워박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아직까지 아워박스의 전산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재고현황 등을 파악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아워박스가 재고관리 정보나 운송장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박 대표는 “PC와 모바일을 통해 고객이 직접 재고관리 정보나 배송현황을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WMS와 고객이 입점한 쇼핑몰, 택배시스템을 연동하고, 나아가 클라우드를 활용해 PC와 모바일 등 모든 기기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아워박스는 지난 4월부터 CNT테크, 동국대학교와 함께 산학협력으로 자체 e-WMS를 개발하고 있다. 해당 e-WMS는 상품등록부터 입고, 재고관리, 정산기능까지 갖춰 한눈에 물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며, 올해 12월 베타 버전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워박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식품 업계에 뛰어드는 이들의 안내자가 되고자 한다. 박 대표는 “아워박스 풀필먼트 서비스의 목표는 식품 카테고리에 속한 이커머스 사업자가 물류 업무에 신경 쓰지 않고, 대신 성장에 필요한 상품 제조와 마케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임예리 기자
롱테일을 타깃으로, 가정간편식(HMR)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
물류작업부터 컨설팅까지, 소호(SOHO)의 성장 이끄는 동반자
글. 임예리 기자
최근 한 경제지가 50대 창업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전문성과 위기관리 능력, 노하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업하기 때문에 대개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작년 11월 설립된 아워박스(OurBox) 박철수 대표의 이야기다.
박철수 대표는 피자헛, OB맥주 등 다수의 F&B(Food & Beverage)업체에서 일해 온 베테랑이다. 회사에서는 주로 구매, 물류, SCM 업무를 담당했다. 이련 이력 때문일까. 그가 회사를 벗어나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아이템은 자연히 식음료 쪽으로 좁혀졌다.
▲ 아워박스 박철수 대표
2015년, 그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가정간편식(HMR)을 판매하는 ㈜엠디에스마케팅을 인수했다. 엠디에스마케팅은 ‘샐러드미인’과 ‘Che M’이라는 브랜드를 10년 이상 운영해 온 업체였다.
엠디에스마케팅에 합류한 뒤 박 대표가 가정 먼저 한 일은 상품 카테고리를 넓히는 것이었다. 그는 “이커머스의 본질은 롱테일(Long-tail)에 있다”고 말한다. 여러 제약이 따르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비록 개당 판매수익은 적더라도, 훨씬 더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 판매할 수 있다. 20%의 히트 상품보다 80%의 평범한 상품의 판매에서 얻는 수익이 더 많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생각에 입각해 회사의 취급 품목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엠디에스마케팅과 함께한 지 2년 정도 지난 2016년 말, 박 대표는 콜드체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워박스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아워박스의 아이디어는 엠디에스마케팅이 취급 품목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박 대표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자본이 부족해 적당한 생산기지나 물류창고를 확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품 판매는 하고 있지만 유통량이 적어 창고와 계약을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았다. 2016년 중반, 박 대표는 이러한 이들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아워박스를 법인화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엠디에스마케팅 서비스사업부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다 아워박스의 서비스가 매달 20%씩 빠르게 성장했고, 마침내 올 6월 법인이 분리돼 아워박스라는 주식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시장진입을 가능케 하는 풀필먼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업체에는 아마존(Amazon)이 있다. 아마존은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를 출시해, 셀러(Seller)에게 온라인 판매 이후부터 고객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시점까지의 전 물류 업무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아워박스의 비즈니스 모델도 이와 비슷하다. 아워박스는 온라인 셀러 가운데서도 냉동·냉장 식품을 판매하는 이들을 타겟팅(Targeting)했다. 박 대표는 아워박스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제껏 시장 진임을 엄두에 두지 못 했던 업체의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커머스 식품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7년 7,000억 원 정도였던 이커머스 식품 시장의 규모는 작년 7조 원을 돌파했다. 그중에서도 가정간편식 부문의 성장이 눈에 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해당 분야) 생산자들의 나이대를 보면, 20대가 27%, 30대 40%로 20~30대의 시장 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들 모두가 자본을 축적해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아워박스의 고객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 역시 30대다. 이들은 온라인몰과 SNS를 판매 채널 삼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대다수가 처음부터 많은 상품을 팔지는 못 한다.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물류업체와 계약을 맺고 물류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하루 몇십 건에 그치는 판매량으로는 기존 물류업체와 거래를 맺기 힘들다. 고작 2~3평을 차지하는 물량을 받아주는 물류업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물류업체와 계약을 맺어도, 물류업체는 셀러가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주진 않는다. 창고를 예로 들어보자. 셀러가 창고업체에 보관 의뢰를 하면, 업체는 물건이 입고될 때 검수를 한 뒤 창고에 상품을 보관한다. 그리고 배송 주문(Delivery Order)이 들어오면 상품을 출고한다. 이게 전부다. 나머지 일은 온전히 셀러의 몫이다.
사실 시장에 막 진입한 셀러라면 상품을 제조하는 것부터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까지 모두 직접 수행할 수도 있다. 주문수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 규모가 커지고 주문수가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문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바로 그만큼의 공간과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호몰이나 소규모 업체의 살림살이가 그 정도로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늘어난 주문량에 따른 물류업무를 직접 처리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아워박스는 그러한 고객의 물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다. 셀러가 보낸 상품이 아워박스 물류센터에 도착하는 순간 아워박스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시작된다. 아워박스는 상품을 보관해두었다가 주문에 따라 상품을 분류, 피킹(Picking), 패킹(Packing)하고 라벨링(Labelling) 작업을 진행한 뒤 최종 검수하여 일반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배송회사 관리 역시 아워박스가 담당한다.
▲ 아워박스의 풀필먼트 서비스. 보관 서비스를 주로 제공했던 전통 물류업체와 달리, 아워박스는 제품 입고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아워박스 서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반송업무다. 아워박스는 반송 상품의 입출고 관리를 하고 이를 시스템에 연동시켜 고객에게 일관된 서비스로 제공한다. 박 대표는 “아워박스는 냉동·냉장 상품 유통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보유하지 못한 소호(SOHO)나 소규모 업체에 물류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아워박스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단순히 비용이나 편의성을 도모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의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Enabling)’ 서비스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기존에도 보관과 포장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창고 업체는 있었다. 그러나 박 대표에 따르면, 이들은 대개 출고 물량이 하루 최소 몇천 건에서 몇만 건은 돼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서비스도 보관 중심에 머무른다.
아워박스를 이용하는 셀러는 직접 물류를 수행할 때보다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아워박스가 여러 고객의 물량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달에 2,000건 정도의 가정간편식을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정간편식은 배송에 스티로폼박스와 아이스팩 포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2,000건의 물량을 처리하려면 물류창고와 관련 장비, 그리고 물류 작업에 필요한 최소 2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셀러가 자체적으로 이 모든 것을 준비하기에는 부담스럽다.
박 대표는 “창고렌탈, 설비, 인력, 포장재, 배송에 드는 비용을 고려할 때, 아워박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셀러가 직접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것보다 약 30%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비용 외에도 직원 관리에 드는 부가적인 부담 역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점을 무기 삼아 아워박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11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처리 물량이 한 달에 1만 5,000건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매월 20%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 6월에는 4만 1,000건의 물량을 처리하는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져 올해 말에는 월 10만 건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 같은 풀필먼트가 아니다
식품 분야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업체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필요한 인프라를 이미 구축한 전통 물류업체가 아워박스와 같은 서비스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워박스는 자신 있는 모습이다. 박 대표는 이커머스와 식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아워박스가 타깃으로 삼는 고객은 대기업이나 전통 물류업체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기업과 전통 물류업체는 대부분 월 최소 몇만 건 이상의 대규모 물량을 처리하길 원한다. 즉 그들의 주요 타깃은 이커머스 업체가 아니다. 이커머스 물류의 경우, 수요예측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다품종 소량 생산된 제품을 다뤄야하기 때문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수익은 적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뿐만 아니라 식품을 다루는 전문적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콜드체인 관리와 같은 까다로운 작업도 필요하다”며 “식품 안전에 대한 개념이나 식품과 관련한 경험 및 노하우 없이 그저 수지타산만을 따지고 시장 진입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셀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아워박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중소 규모의 생산자가 상품을 물류센터로 보낼 때는 보통 용차나 지입차를 이용한다. 자차를 운영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간 용차를 빌려 쓸 때는 수송 중간 과정에서 온도 관리를 비롯한 상품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아워박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부터 자체 셔틀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워박스가 냉동·냉장 설비를 갖추고 있는 차량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물건을 직접 받는 것이다. 해당 서비스가 시행되면 고객은 수송 과정에서 상품의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된다. 아워박스의 설명에 따르면, 고객은 아워박스에 상품을 인계한 순간부터 물류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아워박스는 셔틀 차량을 운영할 때 아워박스 전용 케이스를 활용할 예정이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케이스는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은 아워박스 센터까지 상품을 옮길 때 케이스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아워박스 전용 케이스는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2019년, 풀필먼트센터 구축
현재 아워박스는 발안과 안성 물류센터를 임대해 풀필먼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발안센터는 한 해 80만 상자를, 올해 7월 오픈한 안성센터는 180만 상자를 처리할 수 있다. 아워박스는 업체가 성장함에 따라 이에 발맞춰 내년 중에 동탄과 서울에도 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구축되는 센터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듯, 아워박스는 셀러와 소비자의 지리적 위치를 모두 고려하는 모습이다. 아워박스의 고객사 대부분이 수도권이 위치해 있고 배송 지역의 70%가량도 수도권인 상황에서, 다소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더라도 물류센터가 서울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었다. 박 대표는 “가정간편식을 취급하는 업체 가운데는 새벽배송 등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은데, 서울에 센터를 구축함으로써 그들이 당일배송이나 4시간 내 배송 등을 통해 더욱 신선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아워박스는 2019년 오송에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한다. 아워박스는 세중그룹의 바이오 물류솔루션 사업 부문 CXL바이오와 공동투자를 통해 1만㎡ 규모의 저온 풀필먼트 전용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아워박스는 바이오 물류 연구센터와 함께 라스트마일 영역에서의 식품안전성 확보를 위한 항온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아워박스는 택바사와 제휴를 통해 라스트마일 배송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항온·항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포장 방법을 찾기 위해 바이오 연구센터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비스 고도화는 계속된다
론칭 초, 아워박스는 엠디에스마케팅이라는 업체에 소속돼 있었기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박 대는 특히 오랫동안 F&B업계에 종사하며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워박스는 엠디에스마케팅이 셀러의 상품을 직매입해 마켓 테스트를 진행하여 시장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고객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법인 분리가 된 만큼, 아워박스는 자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전산시스템 안정화다. 아워박스는 자체 시스템 개발과 시중 시스템 사용 가운데서 고민하다가 단기적으로는 시중 시스템을 사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결정의 일환으로 현재 WMS 안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작업은 오는 9월 중에 완료될 예정이다.
아워박스는 시스템 안정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스템 개방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아워박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아직까지 아워박스의 전산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재고현황 등을 파악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아워박스가 재고관리 정보나 운송장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박 대표는 “PC와 모바일을 통해 고객이 직접 재고관리 정보나 배송현황을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WMS와 고객이 입점한 쇼핑몰, 택배시스템을 연동하고, 나아가 클라우드를 활용해 PC와 모바일 등 모든 기기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아워박스는 지난 4월부터 CNT테크, 동국대학교와 함께 산학협력으로 자체 e-WMS를 개발하고 있다. 해당 e-WMS는 상품등록부터 입고, 재고관리, 정산기능까지 갖춰 한눈에 물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며, 올해 12월 베타 버전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워박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식품 업계에 뛰어드는 이들의 안내자가 되고자 한다. 박 대표는 “아워박스 풀필먼트 서비스의 목표는 식품 카테고리에 속한 이커머스 사업자가 물류 업무에 신경 쓰지 않고, 대신 성장에 필요한 상품 제조와 마케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임예리 기자